-
심야괴담회 파일럿 2회 (2) 아프리카에서 생긴 일 (괴담꾼 - 황제성)심야괴담회 곱씹기 2022. 2. 14. 20:59
두 번째 괴담 '아프리카에서 생긴 일' 심야괴담회 파일럿 2회 두 번째 괴담 '아프리카에서 생긴 일'(괴담꾼-황제성)은 방송국 피디 K 씨의 이야기입니다.
※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어 심약자의 주의를 요함
<괴담 속으로...>
K 씨가 새 해외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현지답사 차 우간다로 가게 됐어요. 근데 코디가 알려준 곳마다 가 보니까 너무 실망스러운 거예요.
- 박나래
개발이 많이 됐어, 아프리카도.
풍경 자체가 **랜드 있잖아요, 사파리. 딱 이 정도의 수준에 멈춰있는 거예요. 그래서,
"코디님, 안 되겠는데요... 조금 더 센 곳 없나요?"
이렇게 계속 물어봤대요. '진짜 밀림'을 알려 달라고 코디를 계속 졸랐는데 대답을 안 하다가,
"아... 딱 한 곳이 있긴 있어요."
라고 말을 좀 흐렸대요. 그런데 그곳은 현지인들도 잘 안 가는 곳이에요. 거기가 너무 오지 중의 오지이고, 예전에 반군 세력이 게릴라 활동을 펼치던 곳이었대요. 그래서 K 씨는 듣자마자, '거기다!'
"(이경영 성대모사로) 오케이! 진행시켜! "
- 박나래
갑자기?!
- 곽재식
ㅋㅋㅋㅋ (취향 저격)
바로 진행을 시킵니다. 근데 그 얘기를 듣고 막상 그곳에 도착을 해보니까, 이거는 듣던 것보다 너무 좋은 거예요!
지 상 낙 원 더 좋아, 훨씬! 전화, 전기 하나도 없고, 일단 거기 부족 사람들 자체가 다 전통 의상을 입고 있고, 식생활도 수렵과 채취로만 하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 오지의 모습이 다 담겨 있는 거예요.
'우와! 됐다 이거, 대박이다! 여기서 무조건 찍고 가야 된다. 시청률 대박 나겠다!'
하고 K 씨가 들떴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 마을의 촌장님이 허락을 안 해주시는 거예요. 마을에서 취재를 하려면 촌장님한테 허락을 받아야 되거든요. 너무 허락을 안 해주시니까, '안 되겠다, 설득을 좀 해 봐야겠다' 하고, 사람들한테 잘해주고 친하게 어울리면서 일손도 거들고 하니까 촌장님이 조금 마음이 누그러졌는지,
"그러면, 제가 마을 수호신님께 물어보고 답을 주겠습니다."
"마을 수호신께 물어보고 답을 주겠습니다" 근데 이 수호신의 답을 들으려면 일주일 동안 거기 머물러 있어야 돼요. 일주일 후에 답이 나온대요. 근데 또 일주일을 그냥 기다릴 수가 없으니까, 거기서 나이가 가장 많은 노인 한 분을 취재했대요. 취재를 하던 중에 할아버지가 궁금해서,
"자네는 어디서 왔는가?"
이렇게 물어본 거죠. 그러니까,
"저는 코리아에서 왔습니다."
"코리안?"
이러고 놀라시더래요. 노인 분이 젊었을 때 코리안을 본 적이 있으신 거예요. 그래서 '구호단체 같은 곳에서 봤나 보다', 젊었을 때 보셨다고 했으니까. 근데 3일이 지났을 무렵부터 K 씨가 가위에 눌리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서 끊임없이 비명을 질러대는 거예요.
"으아아아아아악!!!"
"아악!!!"
"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질러대는 사람들 여기서 한 가지 소름이 돋았던 것은, 한 사흘째 되던 날, 외국어로 들리던 그 비명들 사이에서,
"살려주시라요..."
- 신동엽
어?
- 심용환
한국말이?
갑자기 한국말이 들리는 거예요.
- 박나래
살려주시라요?
싹 돌아보니까, 황토색 군복을 입은 남자가 K 씨를 계속 보고 있더래요. 그러다 눈이 마주치니까,
"조선에서 왔습네까?"
"조선에서 왔습네까?" 라고 하더래요. 그 사람은 북한 사람이었던 거예요.
- 박나래
우간다에서 북한 사람을?
- 심용환
이야... 이게 뭐야?
K 씨가 너무 놀라 가지고 말이 없자,
"제발 데려가 주시라요. 내 고향은... 원산입네다."
- 박나래
객귀인가 보다, 객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위에서 깬 거예요.
'이게 뭔 꿈이야, 대체? 그 북한 사람은 또 뭐야? 여긴 아프리칸데...'
근데 그때 그래도 계속 기억에 남았던 게 북한 사람의 눈빛이, 계속 기억에 남더래요. 너무... 뭐랄까, 애절한...
- 김숙
간절한 거지...
그런 눈빛이 좀 있었대요. 멍하니 앉아 가지고 조금 전의 꿈을 떠올리고 있는데, 그때 현지 코디와 촌장이 찾아온 거죠. 그때가 이제 일주일이 지난 시점, 촌장님이 수호신에게 허락을 받고 온다고 했을 때.
"우리 수호신에게 답이 왔는데... 촬영은 어렵겠습니다."
K 씨는 너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짐을 싸야죠. 일주일을 기다렸는데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그래서 짐을 챙겨서 떠날 준비를 하는데도 계속 그 사람이 생각나는 거예요, 그 북한 사람이.
'안 되겠다! 물어봐야겠다!'
촌장님에게 갑니다. 바로 달려가서,
"제 꿈에 군인이 있었는데... 북한 사람이 나왔어요."
이렇게 얘길 하니까, 촌장이 K 말을 듣더니 충격적인 얘기를 꺼냈습니다. 수십 년 전에 우간다에서 내전이 한창이었을 때, 이 마을에는 소련인 5명과 북한인 1명이 머물렀습니다.
수십 년 전 내전이 있던 우간다 - 김숙
아, 실제로?
실제로. 이분들은 반군 교육을 하기 위해서 파견되었던 군인이었던 거예요.
- 박나래
아, 용병들이었구나!
근데 그 사람들이 어떻게 되느냐... 우간다 정부군에게 잡혀 모두 몰살을 당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마을에서, 그 소련군 5명과 북한군 1명을 신으로 섬기고 있었던 거예요.
- 박나래
아, 수호신으로?
그게 왜 그러냐면, 촌장님이 얘기를 해 주는데, 이 마을엔 되게 특이한 풍습이 있어요. 객지에서 온 사람이 죽었는데 그 사람을 그냥 놔두면 악귀 혼령이 된대요, 악귀가. 자기들이 거둬주지 않으면. 그래서 그 외국 군인들이 악령이 되지 않도록 마을 사람들이 수호신으로 모신 거래요. 이야기를 마친 촌장이 K 씨에게 따라오라면서 마을 안 쪽에 있는 어딘가로 데려갑니다. 보니까 사당이에요, 사당. 그리고 한쪽에 놓여있던 물건을 보여주는데, 그 물건이 뭐냐... 아주 작고 때 묻은 라이터 하나를 줘요. 보여줘요, 이렇게, 라이터를. 그러면서,
"그분의 물건입니다. 이걸 고향에 가져다주실 수 있을까요?"
촌장님이 건네준 '그분'의 라이터 라고 얘기를 합니다. 근데 그 K, PD님이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 라이터에 적힌 글자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라이터를 챙겨서 한국으로 돌아왔대요. 일주일 뒤에 이 K 피디는 차를 몰고 강원도 고성으로 출발합니다. 그리고 배까지 빌려 동해로 나간 다음에, 저 멀리 북쪽을 향해서 라이터를 던졌다고 해요. 라이터에 적힌 그 글씨는, 북한 담배 상표이기도 한 '고향'이었습니다.
<후後토크>
- 박나래
어~~ 슬프다...
- 김숙
아... 너무 마음 아프다...
비슷한 느낌의 실제의 라이터 사진 - 박나래
진짜 있네! 이 라이터가 있네!
- 황제성
그 라이터가 바로 이 사진입니다. 얼마나 고향이 가고 싶었으면...
- 김숙
근데 결국은 왔네요, 그죠? 보내줬네요.
- 박나래
이 이야기는 뭔가 뭉클하면서도 가슴 아픈 얘기네요.
- 곽재식 (괴심 파괴)
이 사연을 받은 그 오리지널 자료를 쭉 봤어요. 쭉 보니까 좀 빠뜨렸던 내용 중에 눈에 확확 들어오는 게 두 군데가 있었어요.
- 박나래
어떤 거요?
- 곽재식
첫 번째는 이분이 처음 마을에 가 가지고 잘 때, 모기에 되게 시달리는 바람에 힘들었다 라는 그 부분 하고,
- 김숙
아~ 또 이러신다, 또!
- 박나래
수면부족이라고 하실 거예요?
- 황제성
누군 모기에 안 물려봤습니까?
- 곽재식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리고 그 뒤에 보면, 가위눌리기 전에 갑자기 몸살이 나서 고생했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 박나래
설마 말라리아로 가시는 거예요?
- 곽재식
오, 빙고!
- 일동
아이~~~ (탄식)
- 곽재식
'학을 뗀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학을 뗀다. 되게 고생하고 힘든 일을 겪었을 때 학을 뗀다라고 하는데,
- 신동엽
예, 그렇죠, 그렇죠! (알지, 알지)
- 곽재식
여기서 '학'이 예전에 학질이라고 하던 말라리아를 뜻하는 말입니다.
- 박나래
아, 진짜?
- 황제성
새가 아니었구나!
- 곽재식
(날갯짓하며) 학이 아니고 (웃음)... 우리나라에 예전부터 있던 병이고, 사람들이 그거 때문에 되게 고생하고, 그거에 걸리면 사람이 굉장히 피폐해진다는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예요. 지금은 많이 줄었죠,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만 아직도 세계적으로는, 특히 모기가 번성하는 열대지방 위주로 굉장히 많이 퍼져 있습니다. 고열에 시달리다 보면 사람이 정신이 오락가락합니다. 헛소리도 하고.
학질(말라리아) - 학질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오한, 발열, 발한의 증상이 나타난다 - 김숙
근데 거기서 '살려주시라요'는 (원래라면) 안 들리잖아요.
- 곽재식
그 부분은 공교롭죠, 하필 왜 그 마을에 갔을 때 그 일을 당했을까.
- 황제성
그렇죠, 그리고 우리나라 말도 아니고 북한 말이고, 심지어.
- 김숙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었잖아요, 또.
- 허안나
심지어 우간다에 '고향'이라는 라이터가 있어!
- 곽재식
그 부분은 공교롭죠.
- 신동엽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라이터도 라이터지만 묘사가 굉장히 구체적이고 생생했어요, 그죠?
- 심용환
너무 정교하죠. 너무 얘기가 인과관계가 치밀해요.
- 박나래
오, 어떤 게 있었어요?
- 심용환
그래서 굉장히 현대적인 서사다. 근데 섣부르게 제가 막 못 믿겠다 얘기를 못 하는 건, 이게 역사적으로 되게 근거가 있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왜냐하면, 이게 1950년대, 60년대 때가 냉전시대잖아요? 우리나라, 남한과 북한이 사이가 나쁘고, 그때는 제3세계라고 해서, 아프리카나 인도나 이런 지역이 비동맹세력이라고 해서 자기들끼리 연합해서 막 으쌰으쌰 하던 때예요. 그때 중국이나 북한, 특히 북한에서 자기들이 원조해주겠다, 지금은 북한이 굉장히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그때만 해도 아프리카보다는 좀 낫고. 그리고 뭔가 '우리가 남한보다 더 잘 나가!' 이런 걸 보여주기 위해서 아프리카 외교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할 때예요. 이런 시기적인 배경을 아마 PD님이 다 아시고 얘기하진 않았을 것 같아서 되게 묘해요, 기분이.
당시 제3세계 진출을 시도했던 북한 - 신동엽
진짜건 뭔가 살짝 가미가 됐건, 어떻게 다른 나라 사람을 수호신으로 모실까, 그건 좀 신기해요. 그런 경우가 있나요?
- 황제성
제가 들었는데, 인천상륙작전의 맥아더 장군님 계시잖아요. 서해의 수호신으로 모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 박나래
맞아요, 많이 모셔요. 내가 아는 보살 언니도 인천 쪽에 사시는데 맥아더 신 모셔요.
실제로 맥아더 신을 모시는 신당 - 김숙
제가 아는 보살 언니도 맥아더 장군 신 모십니다.
- 일동
아, 진짜? (세상 놀람)
- 김숙
장군신 중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맥아더 장군 신이 있어요.
- 끝 -
'심야괴담회 곱씹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야괴담회 1회 (1) 새벽의 동승자 (괴담꾼 - 김숙) (0) 2022.02.23 심야괴담회 파일럿 2회 (3) 그날 밤 저수지에서 (괴담꾼 - 황제성) (0) 2022.02.17 심야괴담회 파일럿 2회 (1) 잡아당기지 마세요 (괴담꾼 - 박나래) (0) 2022.02.13 심야괴담회 파일럿 1회 (3) 물귀신을 모으는 남자 (괴담꾼 - 박나래) (0) 2022.02.12 심야괴담회 파일럿 1회 (2) 모텔에서 들리던 소리 (괴담꾼 - 김숙) (0) 202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