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야괴담회 4회 (3) 할머니의 선물 (괴담꾼 - 허안나)심야괴담회 곱씹기 2022. 3. 27. 23:15
세 번째 괴담 '할머니의 선물' 심야괴담회 4회 세 번째 괴담 '할머니의 선물'(괴담꾼-허안나)은 송파구에 사는 이나라 씨가 보내주신 공모작입니다.
<괴담 속으로...>
이 이야기는 좀 신비로운 이야기예요. 나라 씨는 어릴 때부터 친할머니한테 엄청 예쁨을 받고 자란 거예요. 얼마큼 예쁨을 받았냐면 할머니가 폐지를 팔아서 번 돈 1000원, 2000원을 모아서, 원래는 요렇게 세탁기 밑에 숨겨 놓으셨대요. 근데 7명의 손주 중에 나라 씨만 집에 오면 그거를 다 꺼내다가 나라 씨 손에 이렇게 쥐어줄 만큼...
나라 씨에게만 용돈을 쥐어주시던 할머니 - 김숙
아유, 전 재산을 내주시는 거예요.
- 황제성
편애하는 손주가 있으시네.
예, 예! 그만큼 손녀를 사랑하신 거죠. 거기다가 나라 씨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할머니가 이렇게 키워주다시피 하신 거예요. 나라 씨한테는 할머니지만, 또 한편으로는 엄마 같은 분이셨던 거죠. 이렇게 나라 씨가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다가, 나라 씨가 11살이 됐을 때 나라 씨 꿈에 할머니가 처음으로 나오셨대요. 꿈속에 나오셔서,
꿈속에 나오신 할머니 "나라야, 밥 잘 먹고 잘 살아!"
- 김숙
어? 너무 인산데?
이렇게 하고 꿈에서 깬 거예요. 그런데 그날 밤, 나라 씨 부모님이 어린 나라 씨의 손을 잡고 할머니를 보러 가자고 간 곳이,
할머니의 장례식장 장례식장이었어요.
- 김구라
아이고아이고...
할머니는 각별히 아끼던 손녀의 꿈에 나와서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신 것 같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 황보라
어머! 어떡해!
근데 이제, 이렇게 정을 줬던 할머니가 떠나가니까 나라 씨가 마음이 너무 아프죠. 그리움 속에 살면서, 할머니가 꿈에라도 나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그래서 잘 때 베개 밑에 할머니 사진을 넣어 놓기도 하고, 잠들기 전까지 할머니 생각을 계속 해서 꿈에 나왔으면... 근데 할머니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으셨대요. 그런데 나라 씨가 9년이 지나고 20살이 되던 해에, 할머니가 드디어 꿈에 나오신 거예요.
- 김구라
오오, 9년 만에 나오셨구나!
나라 씨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려서 문을 딱 열었더니,
9년 만에 꿈에 나온 할머니 할머니가 거기 딱 계시는 거예요! 너무 반갑잖아요. 할머니가,
"나라야, 우리 산책 가자."
라고 하시더래요. 너무 반가운 마음에 할머니 손을 잡고 이제 나간 거예요. 산책을 하는데, 할머니 걸음걸이가 좀 이상하더래요.
할머니의 이상한 걸음걸이 발걸음이 엄청 사뿐, 사뿐, 사뿐, 이렇게! 다리가 엉덩이에 닿을 정도로 이런 식으로 걸으시는 거예요.
- 김숙
이렇게 날듯이, 이렇게...
- 김구라
오호, 어르신 걸음걸이가 아니네?
예, 그래서 할머니한테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어 갖고, '할머니 왜 그래' 물어보는 찰나에, 할머니가 갑자기 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시는 거예요!
- 황보라
어어어어어어어어우!
그러더니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차 밑으로 돌, 음료수 캔, 쓰레기를 막 던지더래요. 그래서 나라 씨가 이제 놀라서, 이 사람들을 막 말리면서 차 밑을 이렇게 봤더니,
차 밑에 웅크리고 있는 할머니 할머니가 거기 이렇게 웅크리고 있더래요.
"할머니, 거기 있으면 안 돼! 거기 위험해, 다쳐! 나와, 할머니 빨리 나와!"
그랬더니 할머니가, 이렇게 쑥 나오시더래요. 그리고는 다시 또 그 걸음걸이로 사뿐, 사뿐, 사뿐... 이렇게 걸으시더라는 거예요. 그렇게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이제 이 횡단보도 하나만 걸으면 나라 씨네 집에 도착하는 거였어요. 건너려고 했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아가, 난 여기를 건널 수가 없어... 너 혼자 가야 돼... 그리고 이거는 선물이야."
그러고 검은 봉지를 주시는데 그 안을 봤더니,
검은 봉지 안에 있던 것은 날생선 서너 마리 날생선이 한 서너 마리 들어있었대요. 그래서 그걸 받아가지고 할머니랑 이제 작별인사를 하고 집에 오는 꿈을 꿨다는 거예요. 이제 꿈에서 깬 나라 씨는 너무 오랜만에 할머니랑 만나서 되게 반갑기도 하지만 꿈 내용이 좀 이상했다는 거예요.
- 김구라
음, 별로 안 좋아요.
- 김숙
맞아, 약간 이상한 게 있어.
이게 무슨 꿈이지? 이런 생각을 했던 거죠. 근데 그날 저녁에 아버지가 이제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셨는데, 방에 있던 나라 씨한테까지 들릴 정도로 거실이 엄청 시끌벅적하더래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 하고 나가봤더니, 아버지가 퇴근길에 횡단보도를 건너오시는데 새끼 길고양이가 졸졸졸졸 쫓아오더래요.
횡단보도를 건너 따라오는 새끼 길고양이 - 김숙
어? 고양이는 원래 안 따라오는데...?
그래요, 맞아요. 고양이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진짜 낯도 많이 가리고요, 새끼 고양이는 사람 손을 거의 탄 적이 없기 때문에 위협을 느끼거든요.
- 김숙
본능적으로 숨어요.
맞아요! 그런데 그 새끼 고양이가 아빠를 따라갔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버지가 에잇, 길 찾아가겠거니 하고 그냥 내버려 두고 집에 들어오신 거예요. 문 앞에서 계속,
문 앞까지 따라온 새끼 고양이 "야옹, 야옹, 야옹"
그 울음이 가슴에 탁 박히더래요.
- 김구라
(눈에) 밟히는구나...
- 심용환
마음이 안 좋구나...
그래서 이 새끼 고양이를 결국에는 집에 데리고 들어온 거예요. 그래서 나라 씨가,
"아우, 얘 데리고 들어오면 어떡하려고 그래!"
이제 걱정이 되려던 찰나에... 신기한 거예요! 할머니가 거의 10년 만에 꿈에서 나타났는데, 이 고양이가 갑자기 우리 집에 찾아왔어요. 그래서 꿈을 다시 한번 좀 되짚어 봤던 거예요. 할머니가 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던 모습, 사뿐사뿐 걷던 모습...
- 황보라
으음, 고양이랑 비슷해!
- 김숙
어! 생선!
그래서 나라 씨는 할머니가 고양이로 환생해서 길고양이로 살았구나라고 생각이 드시더래요.
- 일동
아아!
- 김숙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번에 또 날생선, 날생선은 나한테 왜 주신 거지? 할머니는 근데, 생선을 주시면서 횡단보도를 못 건넌다고 하셨고, 이 고양이는 아빠를 따라서 횡단보도를 건너왔어요. 그 순간 나라 씨가 아버지한테 막 달려갔대요.
아버지에게 달려간 나라 씨 "아빠, 혹시 고양이 만난 횡단보도가 마트 앞에 있는 횡단보도야?"
"맞아. 왜?"
나라 씨가 꿈속에서 할머니랑 헤어졌던 그 횡단보도였던 거예요!
- 일동
와아아!
- 김숙
너무 묘하게 다 맞아떨어진다.
그 순간, 나라 씨가 머리를 탁 맞은 것처럼 멍해졌대요.
- 황제성
퍼즐이 다 맞춰졌네.
나라 씨 생각에는 고양이로 환생해서 살다 간 할머니의 새끼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거예요.
- 김구라
고양이의 수명이 있으니까, 음...
'고양이로 환생해서 살다 간 할머니의 새끼구나' 환생한 고양이로서의 두 번째 삶을 마감하면서 자신의 아들인 아버지께 새끼 고양이를 맡겼고, 우리 나라 씨한테는 생선을 주면서 잘 부탁한다는 뜻인 것 같다는 거예요.
<후後토크>
- 황보라
너무 훈훈하다!
- 황제성
할머니가 아까 주셨던 비닐봉지 안에도 생선 3마리 들어있었잖아요? 고양이도 딱 3마리...
- 허안나
아니, 1마리요!
- 심용환
1마리라고 아까부터 내가 사인 줬잖아, 1마리라고!
- 김숙
남 얘기도 좀 들어요!
- 허안나
꿈에서 보면은 할머니한테 막 쓰레기 던지고, 돌 던지고...
- 황보라
어, 맞아. 그건 뭐야?
- 허안나
원래 고양이의 수명은 강아지랑 비슷한데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2년밖에 안 된대요.
길고양이의 수명은 2년 정도 - 김숙
엄청 낮아!
- 허안나
그러니까 할머니가 고양이로 살다 간 그 삶이 굉장히 힘들었다는 거죠. 할머니는 자기 새끼만은 길에서 자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맡긴 게 아닌가... 그래서 나라 씨가 꿈 얘기를 부모님께 하면서 '얘 우리 키우자, 할머니 새끼 같애', 이렇게 얘길 하셨고 아빠도, 동물을 정말 안 좋아하시는데, 얘한테는 왠지 정이 간다, 그래서 지금 10년째 잘 키우고 계시다고 하더라고요.
- 황제성
와, 되게 신기하다!
- 허안나
사연이 끝이 아니라 나라 씨가 굉장히 핫한, 영상을 보내 주셨거든요? 영상 한번 보실게요.
"저희 집 삼촌을 소개해드릴게요!" 이분이 바로 나라 씨 삼촌! - 황제성
이름이 삼촌인가 봐요!
- 허안나
10살 된 거예요, 10살. 그리고 신기한 게...
부르면 행차하시는 삼촌 - 허안나
부르면 와요, 삼촌 부르면 와요. 이게 진정한 삼촌 아닙니까!
애교 많은 개냥이 - 김숙
좀 개냥이네요.
- 김구라
도련님하고 아주 친하게 지내시네.
- 허안나
하하하! 도련님이랑 굉장히 친밀하대.
- 일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삼촌' 어릴 적 - 허안나
이게 따라왔을 당시.
- 김숙
완전 애기였네!
- 황보라
어우! 말도 안 돼!
- 김숙
(원래) 새끼 고양이가 안 따라와요, 진짜로!
형제의 다정한 취침.jpg - 허안나
이게, 아버지래요. 그래서 아버지랑 형제라서 자는 모습이 똑같다고...
- 김숙
어머, 너무 신기하다!
- 허안나
영상 보내주시면서, 우리 삼촌이 들어오고 나서 (집 분위기가) 굉장히 밝아졌다고 하더라고요.
- 김숙
와, 정말 의미 있다!
- 허안나
정말 선물처럼, 할머니의 선물처럼!
- 김구라
훈훈해, 훈훈해! 아, 이런 거 좋아요, 훈훈한 거.
- 허안나
근데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26살 때 친구가 좀 일찍 떠났던 일이 있는데, 장례식이 다 끝나고 장지로 이제 가잖아요, 화장터로. 가기 전에 인사하려고, 사진을 친구들이랑 마지막으로 보려고 올라갔는데 어머니가 거기 이렇게 앉아 계셨어요. 근데 진짜 요만한 산새가, 계단을 따라서 투두두둑 올라오는 거예요. 그러더니 새가 어머니 어깨에 탁 앉는 거예요.
- 김숙
아아, 너무 마음 아프다...
- 허안나
근데 어머니가 눈물도 못 흘리시고... 새가 날아갈까 봐... 정말 거짓말 안 하고 10분 정도를 새가 여기 앉았다가, 거기 창문이 열려 있었는데 그쪽으로 투두두둑 날아갔어요.
- 김숙
근데 그거 다 의미가 있어요...
- 곽재식 (괴심 안 파괴)
제보자 이야기 같은 경우에 돌이켜보면, 할머니가 폐지 주우셔 가지고 모으신 돈으로 용돈 주시고 하셨던 그런 분이라는 생각이 마음속에 워낙 애틋하게 남다 보니까, 그런 길고양이의 험하게 사는 처지, 그러면서도 새끼는 돌보려고 하는 그런 처지하고 많이 겹쳐 보여서 더욱 그런 생각에 빠지셨던 것 같습니다.
- 김숙
그런데 옛날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약간 고양이를 요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집에 못 들어오게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었어요.
- 심용환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가장 야생적이고 약간 좀 잔악한 특징도 있는데, 가장 신기했던 게 눈 모양!
- 김숙
어어, 너무 신기하지!
달의 특징과 비슷한 고양이 눈 - 심용환
달의 모양하고 비슷하잖아요. 달의 모양이 초승달이 됐다가 커지는 것처럼 (고양이의) 눈의 모양도 똑같이 가기 때문에, 아, 얘는 달, 음기를 소화하는 그런 영물이다, 그러니까 이 동물은 저주의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고, 그다지 인간과 가까운 동물은 아니다... 다만, 고양이가 무조건 부정적이었다, 이건 조금 오해! 그런 요소로 활용이 된 게 있었다는 거고, 전체적으로 고양이는 인간과 함께한 동물이니까 무조건 나쁘게 보진 않았고, 제일 신기한 게 뭐냐면, 숙종 혹시 아세요, 조선시대 왕, 숙종? 아주 마음을 줬다 뺐었다 하면서 장희빈 죽이고... 그런데 이렇게 여자에게 못된 남자였던 숙종이 고양이를 그렇게 예뻐했다는 실화가...
- 김구라
숙종의 성격에는 고양이가 맞을 수도 있어요.
숙종이 후원을 산책하다 발견한 금빛 고양이 - 심용환
실제로 얘기를 보면, 후원을 산책하다가 금빛 나는 고양이 하나를 딱 보고 마음에 든 거예요. 이 친구를 이제 금덕(金德)이라고 부르면서 키웠는데, 얘가 애를 낳고 죽어요. 그 새끼를 금손(金孫)이라 부르면서, 정말 항상 데리고 있었다더라, 마지막에 숙종이 승하하시니까 금손이가 끝까지 식음을 전폐하면서 같이 죽었더라, 이런 애묘인으로서의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 김구라
아무래도 우리 주변에 많이 있으니까, 환생하는 대상으로 고양이하고 개가 많은 것 같애.
- 김숙
그치, 개도 많아.
- 김구라
황제성 씨는 나중에 환생하면 뭘로 태어나고 싶어요?
- 황제성
개죠. 강아지들의 습성이 저랑 좀 비슷한 것 같아가지고, 사람을 그냥 이유 없이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있고... 저도 어렸을 때 강아지에 관해서 민담을 좀 들은 게 있어요. 어떤 어머니가 한평생 일만 하다가... (배속 편집)... 강아지는 죽게 돼요.
풀버전 들은 시청자 표정.ver - 김구라
아주 그 당시만 해도, 식상한 얘기네!
황제성 - 누가 내 얘기 좀 들어줘! - 일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김숙
아니, 김구라 씨는 다시 환생한다면 뭘로 태어나고 싶으세요?
- 김구라
저는 환생에 관해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 황보라
그래도 혹시나... 재미로...
- 김구라
저는 그냥 80까지만 살다 가겠습니다.
- 황제성
펠리컨으로 태어나시는 건 어떻습니까?
왜 (펠리컨)인지 알 것 같은 느낌 - 일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황제성
펠리컨도 괜찮고ㅋㅋㅋ 갑자기 생각났어요.
- 끝 -
'심야괴담회 곱씹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야괴담회 5회 (1) 물 위의 남자 (괴담꾼 - 김숙) (0) 2022.03.30 심야괴담회 4회 (4) 네 것 아니야? (괴담꾼 - 괴스트 황보라) (0) 2022.03.28 심야괴담회 4회 (2) 중국 파견근무 (괴담꾼 - 황제성) (0) 2022.03.27 심야괴담회 4회 (1) 인과응보 (괴담꾼 - 김숙) (0) 2022.03.26 심야괴담회 3회 (4) 사촌 형의 옥탑방 (괴담꾼 - 괴스트 홍윤화) (0) 2022.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