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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괴담회 2회 (1) 호텔 지배인 (괴담꾼 - 괴스트 하도권)심야괴담회 곱씹기 2022. 3. 16. 17:08
첫 번째 괴담 '호텔 지배인' 심야괴담회 2회 첫 번째 괴담 '호텔 지배인'(괴담꾼-괴스트 하도권)은 20년간 호텔에서 근무한 엄주혁 씨의 공모작입니다.
※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어 심약자의 주의를 요함
<괴담 속으로...>
때는 2007년이었고요, 7월 여름이었습니다. 주혁 씨는 서해안의 작은 호텔에서 지배인으로 일하게 됐대요. 이 호텔에서는 투숙객이 묵는 객실을 가끔 직원용 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주말이나 성수기가 되면 다시 그 방은 투숙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곤 하죠. 처음 일하게 된 날, 객실 중 하나를 배정받고 들어가게 됐다고 합니다.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에어컨 바람과는 다른 서늘함이 느껴졌고요, 그런 느낌 때문에 오싹한 기분을 느끼게 됐었죠. 하지만 첫날이니까, 잠자리가 바뀌어서 기분 탓이려니 하고 잠을 청한 그런 날이었었죠. 첫 업무를 마친 주혁 씨는 새벽 2시쯤 객실로 올라와서 잠을 청하게 됩니다.
첫 업무 후 잠을 청하는 주혁 씨 피곤해서 그냥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는 인기척을 느낍니다. 주혁 씨는 잠에서 깼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눈을 뜨지 않고 있었어요. 근데 주혁 씨가 누운 침대 바로 옆에서 '부스럭... 부스럭...'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왜 그런 기분 있잖아요. 내가 눈을 감고 있어서 앞이 보이진 않지만 내 눈앞에 무언가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주혁 씨는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어서 한참을 버티다가 겨우 그날 잠이 들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해보니까 문도 잠겨있고,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일을 하기 전에 식사를 하기 위해서 식당으로 내려갔는데 식당 아주머니께서 와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어젯밤에 잘 주무셨어요?"
- 김숙
아... 뭔갈 아신다, 뭔갈 아셔...
"아, 모르겠어요. 가위에 눌린 것 같은데 피곤해서 그런 건지 한숨도 잘 못 잤어요."
라고 대답을 했죠.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아... 그래요? 예, 별일 없었으면 됐습니다..."
- 김숙
아, 뭐야~ 찝찝해!
하고 가시더라는 거예요. 주혁 씨도 아주머니 말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져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방으로 올라왔어요. 그리곤 일하러 내려가기 전에 방을 정리하려고 커튼을 싹 하고 열었더니...
커튼 뒤에 깔려있는 작고 붉은 벌레 같은 것들 아주 작고 붉은 벌레 같은 것들이 쫙 깔려있던 거예요.
- 심용환
벌레?
- 김구라
엽기로 가는 건가, 이게?
커튼 뒤에 있던 것들이 벌레인 줄 알았더니 자세히 보니까... 팥이었습니다.
팥! 주혁 씨는 흠칫했습니다. 팥 알갱이가 여기 왜 있지? 방을 자세히 살펴보니까 TV 뒤, 탁자 뒤, 심지어 침대 밑에까지 이 팥이 쫙 깔려있더라는 겁니다.
주혁 씨는 너무 찝찝해서 그곳에 있는 팥들을 다 치워버렸대요. 그리고 그날 밤, 일을 마친 주혁 씨가 객실로 돌아와서 잠을 자려는데, 왠지 모르게 깊이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 뒤척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툭, 툭, 툭...' 바닥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주혁 씨는 평소에 잠을 잘 때 작은 조명 하나는 켜 놓는 습관이 있어서, 그날도 불을 켜지 않고 그냥 눈을 떠 봤죠. 그랬더니...
물에 흠뻑 젖은 남자 현관문 앞에 물에 흠뻑 젖은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주혁 씨가 깬 걸 알았는지 갑자기 뒤를 휙 쳐다보더라는 겁니다. 주혁 씨는 얼른 눈을 다시 감았죠. 그런데 갑자기...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거예요.
"저놈이 나 봤네."
그랬더니, 주혁 씨는 모르는 척 눈을 계속 감고 있었는데 찬 기운이, 그 한기가 계속 주혁 씨한테 다가오더랍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귀에 대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대요.
"너 나 봤지?" "너 나 봤지? 봤잖아."
그래도 주혁 씨는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이 눈을 감고 있었죠. 그랬더니 그 남자가,
"짝!"
- 김숙
어유! 왜...?
- 심용환
아우, 깜짝이야ㅠㅠ
뺨을 후려갈긴 거죠. 그 자리에서 주혁 씨는 기절을 하고 잠이 들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니까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더랍니다. 주혁 씨는 바로 그 식당에 내려가서 아주머니를 붙잡고 물었대요.
"그 방에서 무슨 일이 있던 거 아니에요? 어젯밤에 귀신을 본 거 같은데 무슨 일 있던 거 아니에요?"
물어봤죠. 그 아주머니가 묻기를,
"어젯밤에 봤던 사람이 남자였어요, 여자였어요?"
"백 프로 남자였죠!"
하고 주혁 씨는 또 대답을 했죠. 그랬더니 아주머니께서 방에 관해 아는 걸 말해주더랍니다. 사실 그 방은 예전에 프런트 데스크에서 일하던 여직원 두 명이 번갈아 가면서 쓰던 방인데, 방에서 자꾸 이상한 남자가 보인다면서 무서워했더랍니다. 그러다가 아주머니한테 팥을 받아가지고 방 안에 깔아놓으니까 그 남자가 어김없이 나타나더니,
방에 나타난 이상한 남자 "하... 이것들 봐라, 팥을 깔아놨네."
하고 말하더랍니다. 직원들은 그날로 모두 관두고 주혁 씨가 그 방을 사용하게 된 겁니다. 주혁 씨는 악몽 같은 그 호텔에서 몇 달을 버텼지만 눈에 시뻘겋게 핏발이 서고, 얼굴은 점점 까매지고, 심지어 혈뇨까지 보게 되면서 그 호텔을 그만두게 되었답니다.
결국 호텔을 떠날 수밖에 없던 주혁 씨
<후後토크>
- 황제성
와! 세다 세!
- 김숙
이러면 이제 우리 다들 호텔을 못 가요ㅠㅠ
- 김구라
이 호텔이 아직도 영업을 합니까?
- 하도권
네, 제가 아직 말하지 않은 사실이, 주혁 씨가 그 당시 일하고 있던 호텔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영업하고 있습니다.
- 김숙
저는 아까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내 궁금했던 게, 귀신한테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고 했잖아요. 왜 혼자 물에 젖어 있었던 거죠?
- 하도권
저도 이유가 뭘까 조금 고민을 많이 해봤거든요. 제작진이 세세하게 조사를 해봤대요. 제가 아까 서해안에 이 호텔이 있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근데 서해안이면 바단데, 이 호텔 주변은 바다가 아니에요. 그럼 뭐다? 간척지. 그 호텔이 있던 원래 자리는 바다였던 거죠.
원래 호텔이 지어진 자리는 바다였던 것 - 황제성
그럼 물귀신인 건가?
- 김구라
우리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게,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염전 노예, 뭐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 제가 보니까 염전이라든가 이런 데서 돌아가신, 그게 만약 귀신이라면 그런 분이 아닌가 하는...
- 황제성
저도 약간 억울하게 돌아가신 원령이 아닐까... 바닷가 쪽에서...
- 심용환
왜냐면 처음 본 사람한테 화내고! 때리고!
- 황제성
그러니까요! 그리고 '이것들 팥 뿌렸네' 하고는 안 가잖아요.
- 김구라
사실 우리가 귀신이나 도깨비 같은 것들을, 그래도 최후의 보루로 안 무서워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걔들이 우리를 터치를 안 한다는 거거든요.
- 허안나
그래, 맞아요! '해코지할 수 없다.'
- 김구라
왜냐하면 걔들은 우리를 해코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가만히 있으면 걔들은 그냥 간다라는 건데... 근데 타격을 했다는 것은, 이건 내가 봤을 때는, 아~~ 이거는 섬뜩하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김숙
따귀를 맞았으면, 난 사실 그날 이후로 여기 안 갑니다!
- 황제성
저도 못 가죠. 트라우마 생기는데...
- 김숙
이분은 근데 버텼잖아요. 어떻게 버티게 된 거예요?
- 하도권
사실 주혁 씨가 그 상황을 극복해 보려고 안 해본 게 없다고 합니다. 찬송가나 능엄경을 틀어놓고 자보기도 하고요, 그다음에 술에 취해서 잠들어 보기도 하고요. 그런데 도저히 안 돼서 정말 제사상을 방에다 차려놓고, 정말 너한테 무슨 원한이 있는지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발 나 좀 그만 해코지하라고, 나 이러다 병들어 죽겠다고, 빌어 봤대요. 근데 너무너무 신기하게 그 제사를 지낸 이후에는 그렇게 나타나서 자기를 해코지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그러더라고요.
답답한 마음에 제사상까지 차려놓고 빌어봤다는데... - 황제성
아, 이게 한을 달래줘야 되는구나...
- 김구라
내 친구도, 자다가 느낌이 너무 이상해서 얘가 엉겁결에, 잠결에, 자기 뺨을 친 거야!
- 김숙
아, 본인이요?
- 김구라
본인이! 근데 아침에 일어나서 정말로 소스라치게 놀랐어! 거울을 보고... 여기(뺨에), 바퀴벌레가 죽어 있었던 거야!
- 일동
하하하~~ (어이없어 빵 터짐)
- 김구라
실홥니다!
- 황제성
정말 진이 빠지는 실화네요.
- 하도권
(하... 내 괴담...)
- 김숙
근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면, 팥이 결국 막아 준 거예요. 팥 말고 다른 귀신 쫓는 건 없습니까?
- 심용환
액땜에 최고의 물품은 이거예요, 이거. 소금이에요. 팥과 더불어 소금이 가장 대표적이에요.
액땜에 최고의 물품은 소금! - 김구라
상갓집 갔다 오면 뿌리고 그러잖아.
- 심용환
그렇죠. 색깔이 하얀색이고, 짜고, 생명의 의미를 갖고, 이거 없으면 못 살잖아요. 그래서 민속학 자료를 보다 보면 팥 하고 같이 제일 많이 나오는 것이 소금이더라고요.
- 김숙
근데 진짜 불과 이십 년 전? 십몇 년 전만 해도 상갓집 갔다 오면 엄마들이 다 이거 뿌려줬어요.
옛날에 상갓집 갔다 오면 엄마들이 뿌려줬던 소금 - 김구라
이런 것들이 사실 전통적인 풍습인데, (믿는 것은) 여러분들의 어떤 선택이 돼야지 맹목적으로 믿을 필요는 없다는 그런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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