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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괴담회 8회 (1) 홍 주임의 비밀 (괴담꾼 - 김숙)심야괴담회 곱씹기 2022. 4. 12. 22:07
첫 번째 괴담 '홍 주임의 비밀' 심야괴담회 8회 첫 번째 괴담 '홍 주임의 비밀'(괴담꾼-김숙)은 건축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이재형(가명) 님께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어 심약자의 주의를 요함
<괴담 속으로...>
이 이야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14년 전 얘깁니다. 재형 씨가 서른여덟의 나이로 대기업 건축팀 과장으로 일할 때 겪었던 일이에요. 당시 재형 씨는 사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약간 팀의 맏형 같은 그런 역할까지 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팀 후배가 재형 씨에게 고민상담을 요청하는데요,
"과장님,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홍 주임이 너무 좋은데 저, 어떡해야 됩니까?"
후배가 짝사랑하는 홍 주임이 누구냐면, 스펙이면 스펙, 외모면 외모, 거의 완벽 그 자체였던 분이시고요.
- 황제성
하... 쉽지 않은 분이네...ㅠ
그러니까 인기가 얼마나 많겠어요! 또 홍 주임 좋아한다고 밝히신 분만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너무너무 많았던 거죠. 근데! 중요한 것은 홍 주임의 별명에 있습니다. 그게 뭐냐...
'얼.음.공.주!'
- 심용환
아하...
- 황제성
꼭 그러더라.
- 김구라
인기가 많으면 그럴 수 있죠.
얼음공주! 아주 그냥 고백받는 족족, 아주 차갑고! 쌀쌀하게! 냉정하게! 다 거절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죠. 후배가 참 힘든 상대를 골랐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후배가 얘기하길,
"미래전략 팀에 송 대리님 아시죠? 걔도 홍 주임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 황제성
오, 라이벌!
재형 씨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대요.
'아... (절레절레) 이건 안 된다. 이건 도저히 될 수가 없다!'
- 황제성
왜?
왜냐면, 송 대리님 있죠?
- 허안나
어, 사장 아들...?
그분의 별명이... '살인 미소 현빈'입니다.
- 황제성
뭔 회사야!!
자, 현빈한테 당할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이분도 외모 역시 너무 훈훈한 데다가, 여직원들한테 인기가 너무 많은 거예요. 재형 씨 입장에서는 후배가 고민을 상담했으니까 왠지 모르게 홍 주임이 어떻게 지내는지 눈여겨본 거예요. 근데 자세히 지켜보니까 그 전보다 더 쌀쌀맞고, 더 차갑게 구는 거예요. 회사 사람들하고 아예 안 어울리려고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며칠 후에 홍 주임을 짝사랑하던 그 후배가 또 찾아옵니다. 약간 신이 났어! 아주 신나요!
"과장님, 요즘 송 대리랑 홍 주임 사이가 완전 틀어져서 분위기가 살벌해요! 근데 대박은요, 홍 주임이 사직서를 냈습니다!"
사직서를 낸 홍 주임 - 일동
오? (놀람)
그래서 재형 씨가,
"자네, 그게 신날 일인가?"
근데 후배가 얘기하죠.
"제가 또 인사팀에서 첩보를 하나 입수했습니다. 회사에서는 홍 주임이 브레인이잖아요. 홍 주임을 절대 안 놔주려고 하는 거죠. 그래서요, 부서를 좀 옮겨주려고 하는데... 지금 건축팀으로 온다는 얘기가 있어요! 저에게도 희망이 생겼습니다아악!!"
- 황제성
하하하하, 귀엽다!
그날 오후,
'띠링!'
사내 메신저로 연락이 하나 탁 옵니다.
'이 과장님,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조용한 곳에서 얘기 좀 나누고 싶습니다.'
송 대리님이 잠깐 얘기 좀 하자고 지금 문자를 보낸 거예요. 그래서 재형 씨는 송 대리와 단 둘이만 회사 옥상에 올라가서 얘기를 합니다.
송 대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 재형 씨 "저... 과장님, 홍 주임이 건축팀으로 부서를 옮긴다는 얘기가 있는데... 과장님이... 반대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아무리 둘 사이가 좀 불편하더라도, 사실 뒤에서 이렇게 부탁까지 하는 건 좀 치사하잖아요. 근데 송 대리가 자꾸 불안하게 주변을 살피는 거야.
- 허안나
왜... 누가 따라다니나?
계속 두리번두리번 거리는 거예요. 그래서 재형 씨가,
"여기는 회사 사람 없어. 마음 편하게 그냥 얘기하게. 아니 그러니까, 홍 주임하고 얼마나 사이가 안 좋았던 거야? 한번 얘기해 봐!"
그랬더니 송 대리가 자기 얘기를 들어 달라고 입을 떼는데... 생각도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던 거죠. 송 대리는 홍 주임이 입사할 때부터 첫눈에 반한 거예요. 근데 다른 남자 직원들이 고백을 막 한 거야. 송 대리 입장에서는 선뜻 고백도 못하겠고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던 거예요. 그러던 중에 팀원들이 다 같이 야유회를 가게 된 날이 왔었어요.
팀원들과 함께 떠나게 된 야유회 송 대리는,
'그래, 이번이 기회다! 이때 고백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데, 행사하는 내내 홍 주임이 보이질 않는 거예요. 행사할 때 나오지도 않고 숙소에만 있는 거예요, 계속. 그래서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 서울로 돌아가는 날에, 이제 몇 명씩 나눠서 차를 타고 서울로 이동해야 되는 거야. 근데 송 대리가 '아, 이거다!' 해서,
"홍 주임님은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이렇게 먼저 얘기를 한 거야.
- 황제성
그렇죠, 가면서 얘기해야지!
홍 주임 앞에 차를 탁 세웠어요. 근데 홍 주임이 조수석 창문을 통해서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만 보고 있는 거예요.
차에 타지 않고 쳐다만 보는 홍 주임 그래서 송 대리가,
"빨리 타세요! 지금 빨리 출발 안 하면 차가 막혀요!"
그제야 홍 주임이 쓱 움직이더니 조수석이 아닌, 뒷자리에 타는 거예요.
- 황제성
이상한데... 원래 조수석 타는데...
어? 송 대리는 뭐지 싶었는데 워낙에 얼음 공주고, 쌀쌀 맞고, 곁을 안 내주는 사람이니까 저러나 보다 싶어서 그냥 내버려 뒀어요. 일단 출발을 했죠. 근데 송 대리는 이제 좋아하는 사람이 탔으니까 설레는 거야. 말도 붙여보고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그래서 홍 주임한테 이런저런 얘기를 걸었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거예요.
'어, 뭐지?'
이상해서 룸미러로 슬쩍 봤더니 홍 주임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거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홍 주임 근데 자고 있는 건 아니에요. 말을 붙여도 말대꾸를 안 하고, 그냥 이렇게 있는 거예요, 계속. 말을 붙여도 얘기를 안 하니까 약간 기분이 좀 상한 거예요. 그래서 그냥 한동안 운전만 하고 갔대요. 그래도 본인이 생각하기에 좋아하던 사람인데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말을 한 번 더 붙여보자 싶어서, 다시 한번 쓱 말을 겁니다.
"저... 혹시 제가... 불편하세요?"
그랬더니 홍 주임이,
"(고개를 휙 들며 차가운 표정으로) 차 좀 세워주세요."
- 허안나
어우, 무서워!
그래서 '어, 뭐지?'하고 차를 슬쩍 갓길에 세웠는데, 갑자기 문을 탁 열고 내리더니 그길로 뒤에 쫓아오던 택시를 타고 쌩 가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어? 이게 뭐지?'
'내가 뭘 좀 잘못했나?'
'내가 눈치가 없었나?'
'아니면 내가 운전을 좀 거칠게 했나?'
'어떻게 된 거지?'
'왜 내린 거야?'
계속 복잡한 생각이 들면서, 운전을 하고 오면서도 너무 마음이 심란한 거예요. 그날 밤, 11시쯤 넘었나... 전화가 옵니다. 헉! 홍 주임인 거예요! 너무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받았어요.
그날 밤 홍 주임에게서 걸려온 전화 "송 대리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사실 송 대리님 마음 알고 있었는데요, 제가 그 마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저희 외할머니가 내림굿을 받아서 유명한 무속인이시거든요. 저도 어려서부터 귀신을 자주 봤어요...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한테 귀신을 본다고 하면 다 무서워하고, 결국에는 다 떠나더라구요..."
그 얘길 하는 거예요. 그런데 송 대리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이건 너무 이상한 핑계 같은 거예요. 너무 거짓말 같은 거야. 그래서 마음이 확 상했어요.
"허, 저기요! 제가 싫으면 싫다고 얘기하세요!! 뭐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근데 홍 주임이,
"송 대리님! 제가 아까... 왜 조수석에 안 타고 뒷자리에 탄 줄 아세요?"
- 황제성
너무 궁금해!
"송 대리님 옆 자리에... 창백한 얼굴의 여자가 앉아있었어요."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창백한 얼굴의 여자 - 김구라
아이고아이고아이고!
"저를 너무 무섭게 째려봐서 제가 뒷자리에 탄 거예요. 사실... 오늘 처음 본 건 아니구요, 회사에서도 송 대리님 주변만 맴돌면서 송 대리님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회사에서도 송 대리 주변만 맴돌던 귀신 "그 여자 오른쪽 볼에 동전 만한 점이 있었어요. 누군지 아시죠?"
재형 씨도 여기까지 얘기 듣고, 홍 주임이 좀 심하다고 생각했대요.
"홍 주임이 어떻게 귀신을 봐! 에이, 말도 안 돼, 이거 다 지어낸 거 아냐?!"
근데! 송 대리가,
"(손을 벌벌 떨며) 홍 주임이 말한 그 여자...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해요. 송 대리가 대학생일 때로 넘어갑니다. 송대리를 격렬하게 짝사랑한 여학생이 한 명 있었대요. 오른쪽 얼굴에 동전 만한 점이 있었던 여학생! 근데 이 여학생의 애정공세가 약간 도를, 선을 넘은 거예요. 그 당시 여자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때마다 좀 완곡하게 거절을 했대요.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여자 친구가 있어서 더 이상 이러시면 조금 곤란합니다. 조금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고 나서 어느 순간 그 여학생이 잘 안 보이더래요. 근데 그 여학생이 마음을 접은 게 아니라... 한강에서 투신해서 목숨을 스스로 끊은 거예요. 나중에 발견된 그 장문의 유서에는,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함께할 거야!'
송 대리에게 사랑 고백, 그 내용밖에 없었던 거예요. 결국은 홍 주임이 건축팀으로 옮기는 거, 거절하고 회사를 관둡니다.
- 심용환
아, 진짜?
네, 퇴사하셨고요, 송 대리님도 한두 달 정도 더 다니다가 결국 퇴사를 하게 됩니다. 재형 씨가 마지막으로 목격한,
김숙 - 두리번거리는 이 모습!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보던 송 대리의 모습! 이 모습! 두리번거리는 이 모습!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보던 송 대리의 그 모습이, 14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함께할 거야!'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함께할 거야'
<후後토크>
- 황제성
홍 주임을 처음에 찾는 건 줄 알았어요.
- 심용환
홍 주임이 주인공이 아니네.
- 황제성
홍 주임의 비밀로 시작했는데 결국 송 대리의 비밀로...
- 김숙
결국 송 대리의 비밀인 거죠. 그게 반전이죠.
- 김구라
근데 이거 정말, 직장 생활의 약간 러브라인 같은 것도 섬세하게 표현한, 아주 색다른 오피스 물이 아닌가...
- 심용환
저도 한 1년간은 계속, 숙이 누님 얼굴이 제 주변을 맴돌 것 같아요. 지금 깜짝 놀라 가지고!
김숙 - (까꿍), 심용환 - (기겁) - 김숙
(얼마) 다가가지도 않았는데!
- 심용환
더 다가왔으면... 어우!
- 김구라
(이세영에게) 근데 아까 얘기 듣는 와중에 너무 조용히 들어 가지고, 숨소리 하나 안 내고... 그러고 나중에 얘기 듣다 보니까 오한이 오셨나 봐, 오싹했나 봐! 그죠?
후반부에 닭살 처리하느라 바빴던 이세영 - 이세영
네, 저 소름 잘 돋고요...
- 김숙
어떠셨어요?
- 이세영
너무 흥미진진하고, 소름 돋고, 좀 짠하네요.
- 김숙
짠하죠? 그 여학생도 짠하고...
- 김구라
그 여학생도 짠하고 사실 그 남자분도 짠해! 사실 좋아하는 게 인륜으로 되나요, 서로 좋아야 되는 건데. 참 안타깝습니다.
- 김숙
주요 인물인 홍 주임과 송 대리 있잖아요. 퇴사 이후에 좀 궁금하지 않습니까?
- 일동
궁금해요, 궁금해요!
- 김숙
두 사람의 소식을 전혀 알 수 없었는데 나중에 몇 년 지나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홍 주임님 있잖아요, 그분은 대학가 주변에 어떤 곳에서 타로점을 봐주고 계신다고 합니다.
- 김구라
아하, 그쪽으로 또 나가셨군요!
- 김숙
그리고 송 대리님은 아직 연락이 안 되는 걸로...
- 김구라
옛날에 짝사랑 이런 것들이 되게 많았고...
- 김숙
많았어요, 예. 혼자 속앓이 하고...
- 김구라
우리 세영 씨(한테 있는) 일반적인 선입견이, 너무 예쁘고 어렸을 때부터 유명했으니까 주변에 짝사랑하는 남학생들이 많았을 것 같아!
- 허안나
대시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 이세영
전혀 없습니다! (단호)
- 황제성
밸런타인데이 때 꽃 같은 거 막...
- 이세영
아뇨! 전혀 없었어요.
- 김구라
그럼 본인이 누군가를 좀...
- 이세영
짝사랑, 예!
- 김구라
한 적 있었어요?
- 이세영
예, 그 친구랑은... '얘는 나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구나'를 깨달은 순간, 되게 힘들어하다가...
- 김숙
몇 개월 짝사랑이었어요?
- 이세영
한 1년 정도 짝사랑했죠.
- 김숙
아이고, 1년! 오래갔는데...
- 이세영
그러다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 노래를 듣고 짝사랑의 아픔을 치유하고요, 친구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도.
- 김숙
저도 짝사랑, 첫사랑을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한번 찾은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찾았는데, 다행히 못 만났어요. 그래서 '어, 왜요? 어떻게... 뭐 잘못됐나요? 혹시 하늘나라나... 그런 건 가요?' 했더니, (그런 거) 아니고 잘 살아 계시다는 거예요. 그럼 왜 못 나오신대요 했더니... 슬기로운 감빵생활하고 계셨어요.
슬기로운 감방생활 중인 '그분' - 허안나
아..................... (갈 곳 잃은 리액션)
- 곽재식
(전과자 아니고) 현과자!ㅋㅋㅋ (농담)
- 황제성
첫사랑이 전과자... 하하하하!
- 김숙
전과자라뇨! 뭔가 실수가, 오해가 있었겠죠!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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