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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괴담회 15회 (2) 친절한 선자 씨 (괴담꾼 - 김숙)심야괴담회 곱씹기 2022. 6. 11. 12:00
두 번째 이야기 '친절한 선자 씨' 심야괴담회 15회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 특집> 두 번째 이야기 '친절한 선자 씨'(괴담꾼-김숙)는 1986년 한 목욕탕에서 일어난 이상한 일로부터 시작됩니다.
※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어 심약자의 주의를 요함
<괴담 속으로...>
1986년, 그 당시 신당동의 한 목욕탕 탈의실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감기 기운 있을 때 목욕탕에서 땀 쫙 빼주고 이거, 쌍화탕 한번 마셔봐. 너무 좋아."
"언니는 마음씨도 고운데 어쩜 피부까지 좋아? 빤딱빤딱 윤이 나네. 부럽다!"
상대방이 준 음료를 건네 마신 A 씨 갑자기 여성 A 씨가 숨쉬기 힘든 듯 목을 움켜쥐더니 흰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겁니다.
- 황제성
왜?
거품을 물고 쓰러진 A 씨 "언니! 왜 이래? 어? 왜 이래!"
뒤이어 A 씨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사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5개월 뒤인 4월 4일 용산역 앞의 시내버스 안. 집으로 귀가하던 여성 B 씨가 갑작스러운 구토와 함께 호흡 곤란을 보이다 그대로 사망하게 됩니다.
버스 안에서 갑자기 사망한 B 씨 1988년 8월 8일 서울의 한 시내버스 안. 동일한 증세를 보이던 C 씨 또한 그대로 쓰러져서 사망.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연달아 벌어지는 겁니다. 사람 3명이 연이어서 돌연사하자 경찰은 좀 이상한 걸 느끼죠.
- 황제성
방법도 똑같고...
마지막 사망자 C 씨. 이분은 손 씨라는 여성분이었거든요.
"아니... 버스 안에서 사망자가 나온 거야?"
"네."
"야이 씨... 목격자는?"
"버스 기사 말로는 피해자가 구토를 하더니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면서 쓰러져서 병원으로 옮겼다고 하네요."
"그래? 외상은?"
"딱히 외상은 없어서 심장마비로 인한 돌연사가 아닐까 싶네요."
"그래? 아이, 그러기엔 젊은데..."
버스를 조사 중인 형사들 경찰은 이 손 씨의 부검을 진행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집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의 인터뷰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보시죠.
담당 검사 인터뷰 - 사건 담당 검사 인터뷰
결과는 위 내용물과 전체 장기에서 아주 치명적인 독극물이 검출됐으니까요. 단순한 심장마비로 죽은 변사사건이라고 생각했다가, 어려운 수사가 닥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부검으로 검출된 독극물은 바로, '사이안화 포타슘'. 이 독극물이 장기에서 검출된 겁니다. 난리가 났죠! 경찰은 계획된 살인 사건이라고 판단을 했고요. 손 씨의 당일 행적을 꼼꼼하게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조사를 위해 손 씨의 남편을 부른 경찰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어... 아내분이 원한 살 일이 좀 있었을까요?"
"예? 원한이요?"
"아, 제 말은... 받아야 될 돈 때문에 조금... 뭐 다툼이 있었나 해서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돈을 빌려줬다는 얘길 했어요."
"돈을요? 누구한테요?"
그리고 손 씨가 사망하기 직전, 어떤 한 사람과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 주우재
그 아줌마네, 아까!
- 황제성
용의자다, 용의자.
근데, 더 이상한 건 말이죠, 목욕탕에서 갑자기 사망한 A 씨, 그리고 귀가하던 버스에서 사망한 B 씨, 이 모든 사람들이 죽기 직전에 항상... 그 여자가 옆에 있었다는 것...
모든 사망자 옆에 있었던 그 여자... - 김구라
유력한 용의자네.
바로, 친절한 선자 씨!
그 여자의 정체, 친절한 선자 씨 그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40대 주부 김선자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사람이 외모에 엄청 신경을 쓰고 사치가 좀 심했대요. 반짝반짝 빛나는 거, 이런 거 엄청 좋아하고요, 카바레를 자주 들락날락거렸고요, 도박에 까지 손을 댔다고 합니다.
- 주우재
그랜드슬램이네.
돈을 그냥, 물 쓰듯이 막 쓰는 거예요. 그런데 말이죠, 여러분. 버스에서 사망했던 손 씨, 그 사람이 김선자 씨의 시누이였던 겁니다.
- 황제성
가족이었어요?
- 허안나
아... 남편의 동생...?
- 김복준
직계는 아니고요, 약간 먼 친척뻘 시누이 관계였어요.
- 주우재
남편의 사촌, 뭐 요 정도...
그렇죠, 그렇죠. 손 씨가 사망한 날, 김선자와 이런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합니다.
"아유, 내가 좋은 매물을 봤는데, 딱 484만 원이 모자라는 거야. 그거 좀 빌려줄 수 있을까? 그거 사서 비싸게 팔게 되면 내가 돈을 더 얹어서 줄테니까. 아유~ 좀 어떻게 안 될까?"
- 김복준
거기서 484만 원이라는 데가 의미가 있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돈 빌릴 때는 500만 원, 300만 원, 이렇게 끊어지죠. 근데 김선자 같은 경우는 아주 구체적으로 '484만 원'이라고 얘기를 했어요. 딱 모자란 돈이. 굉장히 시누이한테 믿음을 준 거죠. 딱 끝점까지, 이것만 내가 빌려주면 되는구나 하고...
내가 다 긁어모았는데 지금 딱 484만 원이 부족하네! 너무 믿음이 가죠. 시누이 손 씨는 돈을 빌려주려고 그 자리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수표를 건넨 뒤 헤어지기 직전에...
"내가 급했는데 덕분에 내가 좋은 물건 살 수 있게 됐다! 아유, 그리고 잠깐만 있어 봐. 이것 좀 한번 마셔봐."
김선자 씨가 시누이 손 씨에게 음료수를 건네준 거예요.
손 씨에게 음료수를 건네준 김선자 다들 기억나시죠?
- 황제성
예! 목욕탕...
목욕탕에서 죽은 A 씨, 김선자 씨가 뭘 줬죠?
- 일동
쌍화차! 쌍화탕!
그리고 버스에서 죽은 B 씨를 만났을 때도 친절하게 마실 걸 권했던 겁니다. 사건을 더 파헤쳐보니까 또 다른 사실 하나가 밝혀집니다.
- 황제성
뭐예요? ㅠㅠ
시누이 손 씨가 사망하기 3개월 전, 또 다른 사망 사건이 있었습니다.
- 황제성
몇 명이 죽은 거야, 지금?
40대 여성 김 씨는 집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숨도 못 쉬고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숨도 못 쉬고 쓰러진 김 씨 바로 병원으로 이송을 했어요. 그런데 결국,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그리고 김 씨 역시 쓰러지기 직전, 김선자 씨가 준 음료수를 마셨고요.
- 황제성
아, 진짜 사신이다, 사신!
근데 정말 더 충격적인 건, 사망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아세요?
- 황제성
아, 제발...
- 허안나
또 여자분... 누구지?
담당 형사 사무실 "야, 88년 4월 거, 시내버스 사망 사건 자료 받았다고 했지? 그거 어딨어?"
"저쪽 찾아보세요."
"당시에 이 사건도 돌연사로 정리가 된 거지?"
"네."
"아... 이 사건, 분명 김선자랑 연관이 있어."
"아이, 뭐 비슷한 상황이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김선자를 범인으로 몰기에는 좀..."
"이것 좀 봐 봐."
김선자 씨의 친여동생이었던 겁니다.
- 황제성
히익~~
- 김복준
바로 직계, 밑에 동생 김문자 씨예요.
바로 동생입니다. 더 소름 돋는 건, 당시 목격자가 이런 진술을 했습니다.
"어? 그... 사람이 친동생이라고요? 사람이 거품을 물고 쓰러졌는데 옆에 계시던 분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어요!"
여동생이 사망할 당시, 김선자 씨가 그 현장에 같이 있었던 거죠!
여동생 사망 당시 옆자리에 있었던 김선자 경찰은 김선자 씨를 추궁하기 시작합니다. 근데, 김선자 씨는 범행을 강력하게 부인하는 거죠. 경찰들은 난감해집니다. 그도 그럴게, 마지막 피해자인 손 씨를 제외한 시신들은 다 매장을 한 상태였어요.
- 황제성
아... 땅속에 있구나.
이렇다 할 증거가 지금...
- 김구라
아, 부검을 안 했으니까...
예,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경찰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합니다. 그건 바로... 꺼내기로 합니다.
- 황제성
피해자들 시신을?
- 허안나
(피해자) A, B, C를? 아...
- 주우재
(삽질 시늉을 하며) 파서요?
- 김복준
예. (끄덕끄덕)
이미 매장한 시신들을, 유족들에게, 사실 어렵게 동의를 구해서 피해자로 추정되는 3명의 무덤을 파헤치고 사체 부검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는... 이 3구의 시신에서 전부, 사이안화 포타슘이 검출됩니다. 이 검출된 독극물, 곽 박사님은 알고 계시죠?
- 곽재식
사이안화 포타슘이라고 하면 조금 낯선 분들도 계실 텐데, '사이안(cyan)'이라고 하는 게 영어에서 푸른색, 청록색을 일컫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번역해서 한자어로는 '청산(靑酸)'이라고 합니다.
- 황제성, 주우재
청산가리?
- 곽재식
'포타슘(potassium)'을 예전에는 '칼륨(Kalium)'이라고 불렀고, 칼륨을 한자어로 '가리(加里)'라고 했어요. 그래서 사이안화 포타슘이 청산가리다,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체들에서 모두 검출된 청산가리. 이거 완전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인 거잖아요. 다 똑같이. 근데 김선자 씨는 범행을 끝까지 부인해요. 그래서 결국 경찰은 확실한 물증을 찾기 위해서 김선자 씨 자택 압수수색을 진행합니다. 경찰이 집 안 전체를 이 잡듯이, 아주 샅샅이 뒤졌어요. 당시 얼마 없던 여경들까지 대동해서 몸수색까지 다 했고요. 근데 가장 중요한 물증인 청산가리가, 그 집에서 나오질 않는 거예요.
발뺌하는 김선자 "아니, 지금 남의 집에서 뭐 하는 거예요? 예?"
"진정 좀 하시고..."
"내가 지금 사람을 죽였다는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난 돈 빌린 적도 없고요, 아무것도 안 했어!"
"아니, 잠깐만 저쪽에 좀..."
"아이, 진짜 이거 웃기는 사람들이네! 증거 있어요? 증거 있냐고요! 없으면 나가요, 나가!"
결국 경찰은 철수 준비를 합니다.
- 주우재
요 때 뭐 나올 것 같아. 힘 뺐을 때 뭐가 나오거든요.
그런데 그때, 한 여경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데요. 이 한마디가 아니었다면 경찰은 끝까지 덜미를 잡지 못할 뻔했습니다. 그 여자 경찰분께서,
"저... 죄송한데, 화장실 한 번만 다녀오겠습니다."
- 김구라
볼 일이 급했군요.
이분이 화장실이 급해서 김선자 씨 자택 화장실을 사용하게 된 거예요. 급하게 볼 일을 보는데, 앞에 기둥 하나가 있었어요. 근데 거기에 뭐가 보여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손을 넣어봤더니... 밤톨만 한 크기의 청산가리 덩어리가 들어있는 거예요!
그것의 정체는 바로 청산가리 - 황제성
우와! 저걸 어떻게 발견했어!
- 주우재
나름 진짜 철저하게 숨겨놓은 거네요.
그렇죠. 앉아서 볼 일을 보는 여경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못 찾을 뻔했던 거죠.
- 황제성
그러네~
그리고 이어, 집에서 다이아몬드 반지, 핸드백, 수표, 통장들이 발견되는데 확인해 보니까 모두 피해자 물건들이었던 거예요.
- 주우재
저런...
시누이 손 씨에게, 아까 얼마라고 그랬죠, 484만 원을 빌리고 난 후에 범행을 저질렀잖아요. 버스에서 사망한 B 씨는 700만 원. 여동생 김 씨에겐 1,000만 원. 대부분의 피해자에게 빚이 있었던 거예요.
- 김구라
살해 동기는 단순하네요.
김선자는 압수수색 현장에서 바로 체포됐고요.
바로 체포된 김선자 "꿩 잡으려고 조카한테 산 거예요. 나 안 죽였다고! 나 아니라고!"
"가만히 있어!"
"저 아니에요! 나 아니라고!"
끝까지 범행을 부인합니다. 구속 후에 재판을 받는 중에도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결국, 사형을 선고받고요. 1997년 12월 30일, 우리나라의 마지막 사형이 집행됐을 때 형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후後토크>
- 김숙
사건 당시 MBC 뉴스데스크 영상이 있거든요. 경찰에 체포됐을 당시인데, 이거 한번 보시죠.
뉴스 보도 영상 - 김구라
5명 연쇄 독살해서...
체포 당시 실제 김선자의 모습 - 황제성
이 사람이에요?
- 김복준
네, 맞습니다.
- 허안나
진짜 평범하게 생기셨다~
- 김숙
너무 평범하죠.
- 김복준
그냥 가정주부죠.
김선자의 집에서 발견된 청산가리 - 황제성
저거구나!
- 김구라
엄청난 양입니다!
- 김복준
20g 정도니까요, 어마어마해요.
- 김숙
목욕탕에서 사망한 A 씨 있었고, 버스에서 사망한 B 씨, 그리고 여동생 김 씨, 그리고 시누이 손 씨 이렇게 4명이잖아요. 근데 아까 뉴스에서 5번째 희생자라고 보도를 한 이유가, 사실은 김선자 씨의 범행으로 의심됐던 사건이 하나 더 있기 때문입니다.
- 황제성
근데 왜 소개 안 해줬어요?
- 주우재
설마 이것도 우리가 아는 사건인가, 이것도?
- 김숙
바로 김선자의... 친아버지!
- 김복준
맞습니다.
- 황제성
와, 진짜 이건 패륜아, 패륜, 사건이네요 이거! (당혹감에 말까지 안 나오는)
- 김구라
아니 뭐, 동생도 무차별적으로 그랬는데... 예.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아요!
- 김숙
자, 여동생 김 씨를 살해하기 한 달 전이에요. 김선자 씨는 아버지와 함께 친척 회갑 잔치에 가게 됩니다. 그리고 잔치가 끝나고 올라오는 시외버스 안에서 아버지에게 건강 음료를 건네요.
- 황제성
또? (험한 말하기 일보 직전)
- 김숙
아버지는 의심 없이 그걸 마셨고, 김선자 씨와 동승한 그 시외버스 안에서 사망하게 됩니다.
- 주우재
딸이 주는데 의심을 어떻게 해요.
- 김복준
버스 안에서만 세 사람이 그렇게 됐죠.
- 김숙
진짜 소름 끼치는 건, 알고 봤더니 아버지한테 300만 원 가량의 빚이 있었다고 해요.
- 황제성
돈을 얻으려고 사람을 쉽게 죽이는구나.
- 김구라
진짜 계획적으로, 다년간에 걸쳐서 주변 사람들을 독극물로 살해하는 건, 정말로 희대의 악녀가 아닌가 하는...
- 김숙
근데 저는 그, 친아버지도 똑같거든요, 상황이 지금. 똑같이 음료수 마셨고, 같이 가다가 (사고가 나고) 현장에 김선자 씨가 있었는데, 이건 지금 무죄가 안 된 겁니까?
- 김복준
다른 분들은 아까 매장된 상태에서 발굴을 해서 부검을 했거든요. 근데 아버지 같은 경우는 화장을 했어요. 그러니까 김선자가 다분히 의도적으로 화장을 했던 것 같고요.
- 김구라
아버지가 또 고령이시고 그러니까.
- 김복준
예. 아버지도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증거가 없잖아요. 그래서 아버지 같은 경우는 무죄가 떨어지는데, 아까 뭐 박사님은 잘 아시겠지만 매장을 한 시신에서만 사이안화 칼륨이 발견된 게 아니고요, 청산가리 자체가 사람이 묻혀 있는 옆에 토양도 오염이 된다고 그래요. 거기 토양에서도 검출을 한 겁니다.
- 김숙
여기서 놀랄 일이 아닙니다. 사건이 끝이 나지 않았어요.
- 황제성
언제 끝나요? ㅠㅠ 너무 무서운데...
- 김숙
주변 지인부터 가족까지, 야멸차게 살해를 한 거잖아요. 근데 극적으로 살아난 생존자가 있습니다.
- 주우재
와아~~
- 김복준
천운이죠, 천운!
- 김숙
이것도 정말 측근, 이웃이었는데요. 김선자 씨는 이 피해자한테도 120만 원 가량의 빚이 있었어요. 그렇다 보니 피해자는 독촉을 좀 해 왔는데, 어느 날 연락 한 통을 받아요. 내가 불광동에 있는 사람한테 돈을 빌려줬는데 그 사람한테 받아서 줄테니까 같이 가자! 그렇게 한 다방에서 김선자 씨를 만나서 돈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 사람이 안 나타나는 거죠, 돈 줄 사람이. 그때 김선자 씨가 율무차를 직접 타서 피해자한테 권합니다. 피해자는, 다방이니까, 너무 자연스럽게 그냥 율무차를 마시고,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껴서 급하게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야겠다고 택시를 잡은 거예요. 그런데 택시에도 김선자 씨가 따라붙습니다.
- 일동
와! 진짜 무섭다!
- 김숙
어지러울 때 먹는 약 사 올 테니까 잠시 기다리라고, 택시를 세웁니다. 근데 피해자는 몸이 너무 힘들고 느낌이 이상한 거야! 느낌이 싸한 거야! 그래서 김선자 씨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택시 기사에게 바로 출발하라고 해요. 그래서 바로 그냥 집으로 갑니다.
- 황제성
어떻게 눈치를 챈 거지?
- 김숙
본인 몸이 너무 힘드니까.
- 김구라
눈치가 아니라 그때 육감적으로,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다, 이렇게 된 거지.
- 김숙
그러면서 집에 도착했고, 다행히 몸이 점차 회복이 돼서 목숨을 잃지 않았어요.
- 황제성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 김복준
아, 이거는 초창기예요. 미제 사건을 김숙 씨가 늦게 설명해주셔서 그런 건데, 이른바 청산가리 양을 조율하기 어려웠던 시기예요.
- 김구라
미수네, 미수!
- 김복준
미수죠.
- 허안나
그래서 그 후에 양을 늘렸나 봐요.
- 김복준
이제 학습 효과가 오는 거죠.
- 김숙
근데, 진짜 더 무서운 건...
- 허안나
또 있어요?!
- 김숙
이 김선자 씨가 그 집을 찾아가요. (김복준에게) 그렇죠?
- 허안나
오~~ 따라가요?
- 주우재
추노야 뭐야~
- 김복준
다음 날 김선자가 왔어요. 근데 그분 입장에서는, 사실은 김선자가 준 차에 청산가리가 있었다는 걸 몰라요.
- 허안나
(그냥) 자기 몸이 아픈 줄 알겠지.
- 김복준
몸만 아팠던 거예요. 그런데 오더니, 어제 어지럽고 힘들다 그러더니 괜찮아? 그러면서 딱 빌려갔던 120만 원을 주는 거예요.
- 황제성
그걸 왜 줬어?
- 김구라
문제화시킬 수 있으니까.
- 김복준
맞습니다! 만약에 피해자 측에서 문제 삼으면 경찰 수사가 들어올 수도 있고.
- 김구라
왜냐하면 사실은, 걔가 준 음료수 먹고 내가 몸이 안 좋아졌어, 이러면 주변에서 의심할 수 있으니까 갚아 버린 거야.
- 황제성
와, 진짜 대단하다! 와, 대단하다!
- 김숙
그러니까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람인 거예요!
- 주우재
아니, 그쪽으로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닌데...!
- 곽재식
나중에 알았을 때, 이분 정~말로 무서웠을 것 같아요.
- 김숙
실제로 당시 피해자는 김선자 씨가 검거된 후에, 이때 나를 죽이려고 했구나, 라는 걸 알게 됐대요.
- 황제성
얼마나 무서웠을까?
- 김숙
근데 저는 아까 뉴스 보면서 무서웠던 게, 왠지 이렇게 독하고 무서운 분들은 약간 다르게 생겼을 것 같은데 너무 평범한 분이라... 이런 분들이 음료 주면 난 먹을 것 같아.
- 허안나
저도 옆집 아줌마가 주면 먹을 것 같은데.
- 김구라
원래 살인 사건이나 이런 것들이 면식범들이 많고, 모르는 사람이 주면 오히려 경계를 하죠. 아무래도 아는 사람들이니까 의심이 줄고.
- 김숙
근데 너무 평범한 얼굴이었어!
- 김구라
그리고 또 주변에서 친절하다고 소문이 나니까 돈도 빌려주는 거죠.
- 허안나
주위에 되게 잘했던 것 같아요, 아줌마가.
- 김복준
나름대로 유대는 상당히 잘했던 것 같아요. 이 사건은 사실, 목욕탕에서 첫 번째 범행이 있었을 때, 그 가족들이 핸드백, 진주 목걸이, 반지가 없어졌다고 신고를 했었어요.
- 일동
아아~~
- 김복준
첫 번째 사건 때 김 씨한테, 그게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았어요. 그때 부검이 됐다면 그 이후의 사건은 안 일어났을 수도 있어요.
- 김숙
아니 근데 그때 왜, 왜 수사가 안 들어갔어요?
- 김복준
일반적으로 목욕탕에 목욕하러 들어갔다가 쓰러지시는, 심장마비로 그런 분들이 많았잖아요. 김선자가 장소를 선택해도 그런 데를 선택하는 거예요. 그런데다가, 시대적 배경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 86년이었잖아요. 86년이면 대한민국 형사들부터 시작해서 경찰들이 본연의 직무를 거의 못 했어요.
당시 국가의 큰 행사로 인해 수사가 어려웠던 사회 분위기 - 황제성
왜요?
- 김복준
86년 아시안 게임부터 88 올림픽까지 이어지잖아요. 그 바람에 지원, 경비 업무로 다 나가고 수사 인력이 거의 없었습니다.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상당히 유감스러운 부분이죠, 사실.
- 주우재
와, 진짜 말이 안 된다, 이건...
- 김구라
벌써 사건이 벌어진 지 35, 6년 됐는데, 어쨌든 뭐, 피해자 가족분들도 아직 계시고, 그분들이 겪었을 어떤 고통, 거기다 굉장히 가까운 사람한테 그 일을 당했으니까, 그 심경은 사실 이루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굉장히 착잡합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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